제가 사는 곳..
아니, 정확히 말해서 잠자는곳은 상계역에서 10분 거리인 중계동의 某 아파트입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밥먹고 나와서 마을버스(한정거장)타고
상계역에서 지하철(4호선)로 갈아타면 26분후에 동대문 운동장역에 도착하고요...
다시 걸어서 10분도 안되는곳에 사무실이 있지요.
늘상 아침이면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요.
아침이라는 시간대의 특성상 지하철안은 거의 동일한 풍경입니다.
조용하지요...
앉아있는분들은 대부분 졸거나 신문을 보고요.
서서 계신분들은 조용히 눈을 감고계시거나 그냥 눈만 움직이는 모습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는 말입니다.
몇정거장을 갔을까요?!
저의 앞쪽에 계신 남자 한분이 앉아서 고개를 떨구고 주무시고 계셨는데
어느순간 느닷없이 의자에서 미끄러지시더니 의자바닥에 얼굴을 묻우시는겁니다.
그러더니 잠시후에 다시 의자에 앉으시더니
잠시후에 또다시 같은 행동을 하시는겁니다.
그리고 서너번 같은행동을 하시는겁니다.
상당히 젊잖게 생긴분이 말이지요.
저는 그분이 술에 취해서 그러려니하고 신경을 안썼지요.
그런데 잠시후에 어느 젊은 여성분이 그분께 다가가더니
괜찮으시냐고 묻고 손목에 맥을 잡아보고는
옆사람들께 양해를 구하더니 의자에 길게 눕게 해드리더군요.
곧바로 신발도 벗겨드리고 주변분에게 화장지를 구하더니 얼굴도 닦아드리고요.
그순간에 저도 문제가 있을거 같아 일어나서는 다가가서 상태를 물어보니
"괜찮다"는 말씀과 자신은 동대문운동장주변 미군부대에 근무한다 하시는데....
119를 불러드릴까요? 하니 그럴필요없다 하시고...
여성분(제가 본바로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분이었습니다)께 의사선생님이시냐고 물으니
자신은 국립의료원 간호사라고 하시데요.
119를 불러야되지 않겠냐고 의견을 물으니
그 간호사분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본인이 완강히 거절하는지라 망설이더군요.
시간이 조금흘러 전철은 동대문운동장에 가까와지는지라
그분의 구두를 신켜드리고 내리자고 하니
힘들게나마 따라하시데요.
그 간호사분과 함께 응급실에 가자해도 싫다하시고
근무지까지 모셔다드리려해도 마다하시더니..
화장실에 가셔서는 물로 얼굴을 닥으시더니 정신이 드시는듯해보이데요.
그리고는 고맙다는 인사를 거듭하시고는 가버리시네요.
결국, 저도 간호사분과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는 헤어졌는데요.
.
.
.
.
.
이상은 오늘 아침에 있었던 사실입니다.
헌데, 제가 부끄럽고도 뿌끄러운건...
그 남자분이 의자에서 앉아계시다가 주저앉으실때,
저는 단지 조금 취하셨구나 하는 생각에 별다른생각도 행동도 취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여성분은 상황이 좋지 않은걸 바로 인지하고는 바로 액션을 취했다는겁니다.
조금만 진지하게 생각해봐도
그 이른시간에 그토록 취한상황에서 전철을 탔을리도 없었고요...
그분에게서는 술냄새도 나지않았는데... 그러면 취객이 아니라는것을 알았어야합니다.
그리고 더더욱 부끄러운건.
나 아닌 남에게 봉사하겠다고 마사지를 배운다는 놈이 어찌 그리도 태연하게 있을수 있엇느냐하는겁니다. 그동안 말로는 항상 봉사니 경로니 하면서 떠들어댄놈이 말입니다.
그 간호사분이 만일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면,
그 남자분은 큰일날수도 있었고,
저라는 놈은 내릴때까지 뭐가 어찌되는지도 모르고 있었을겁니다.
간호사분이 행동하는걸 보는순간
쇠망치로 뒤통수 얻어맞는 듯한 느낌과 함께 심한 자괴감이 밀려들데요.
가증스럽고도 게으른 저 자신에게 화도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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