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축객서諫逐客書>
이사李斯
빈객들을 축출해야 한다는 진나라 관리들의 논리는 크게 어폐가 있사옵니다.
옛날 목공穆公께서는 널리 인재를 모집하시어 서로는 융戎에서 유여由餘를, 동으로는 완宛에서 백리해百里奚를 받아들였으며 송宋에서 건숙蹇叔을 맞아들이고 진晉으로부터 비표丕豹와 공손지公孫支를 불러들였습니다.
이 다섯 사람 모두 진秦나라 출신이 아니지만 목공께서는 그들을 적극 등용하여 20여 개 나라를 통합하고 서융을 제패하기에 이르셨습니다.
효공孝公께서는 상앙의 변법을 통해 풍속을 바꾸시어 백성들의 생활을 유복하게 하고 나라를 더욱 부강하게 했습니다. 그로 인해 백성들은 부역에 종사하기를 꺼려하지 않았고 제후들도 몸소 복종하였습니다.
또한 초楚나라와 위魏나라의 군대를 제압하고 천 리의 땅을 얻었기에 평화로운 강대국의 기반을 닦을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혜왕惠王께서는 장의張儀의 계략을 수용하여 삼천三川의 땅을 빼앗고 서로는 파巴와 촉蜀을, 북으로는 상군上郡을 통합했으며 남으로는 한중漢中을 제압하고 동으로는 험준한 성고成皐 땅을 차지하였습니다.
이로써 여섯 나라의 합병을 깨뜨리고 그들로 하여금 진나라를 섬기게 하셨는데 그 공로가 지금까지 이르고 있습니다.
소왕昭王께서는 범저范雎를 기용하는 한편 양후穰侯를 폐위시키고 화양군華陽君을 몰아냄으로써 진나라 왕실의 내실을 탄탄히 했으며 사문私門을 근절하고 제후국들을 잠식하여 진나라의 제업帝業을 달성했습니다.
이 네 군주께서는 모두 타지 빈객들의 공로를 적극 유도하셨습니다.
과거 빈객들이 혁혁한 공을 세운 전례들이 명백히 있사온대 어찌 빈객들이 진나라를 저버린다고 하십니까?
선대왕들께서 빈객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또한 외부 인재라 하여 소홀히 대하셨다면 진나라는 부귀와 이익을 누리지 못했을 것이며 지금과 같은 강대국이 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지금 전하께서는 곤산昆山의 옥을 가지셨고, 수씨隨氏와 화씨和氏의 벽옥碧玉을 보유하셨으며, 명월주明月珠를 드리우고, 태아검太阿劍을 차시며, 섬리마纖離馬를 타고, 취봉기翠鳳旗를 꽂고, 영타靈?라는 북을 세워두셨습니다.
이 수많은 보물들 중 정작 진나라에서 나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전하께서 그것들을 애지중지하시는 것은 무슨 연유입니까?
반드시 진나라에서 생산된 것만을 고집하신다면 야광주夜光珠로 조정을 장식할 수 없고,
코뿔소의 뿔이나 상아로 만든 노리개를 만들 수도 없습니다.
또한 정鄭나라와 위衛나라의 미녀들을 후궁으로 들일 수 없고,
결제??와 같은 준마들로 마구간을 채울 수도 없을 것이며, 강남의 금과 주석을 쓸 수도 없고,
서촉西蜀의 단청으로 색을 칠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이목을 즐겁게 하기 위해 후궁을 장식하고 희첩들을 꾸미는 것 역시 반드시 진나라에서 생산된 것이어야 한다면, 완주宛珠의 비녀, 부기傅璣의 귀걸이, 아호阿縞의 옷, 금수錦繡의 장식들도 전하 앞에 선보일 수 없을 것이며,
우아하고 아름다운 조趙나라의 미녀들도 왕의 곁에 서지 못할 것입니다.
무릇 옹기를 두드리면서 쟁箏을 퉁기고 무릎을 치면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진나라 고유의 음악입니다.
정鄭, 위衛, 상간桑間, 소昭, 우虞, 무武, 상象 등은 모두 다른 나라의 음악입니다.
그런데도 진나라의 음악은 모두 버리고 다른 나라의 음악을 받아들인 것은 무슨 까닭입니까?
그저 마음을 즐겁게 하고 보기에 좋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지금 진나라의 인재 등용 방식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인재의 사람됨과 옳고 그름을 보는 것이 아니라 진나라 사람이 아니면 무조건 배척하자는 식입니다.
여색, 음악, 주옥은 소중히 하면서 사람은 경시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이는 제후들을 제압하여 천하에 군림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아닙니다.
신이 듣건대,
땅이 넓으면 곡식이 풍성하고 나라가 크면 백성이 많으며 병력이 강하면 병사가 용감해진다고 합니다.
태산은 한 줌의 흙도 마다하지 않았기에 그 높음을 이룰 수 있었고,
하해河海는 작은 물줄기도 가리지 않았기에 그 깊음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그렇듯 군주는 뭇 백성들을 한데 포용해야 그 덕망을 밝힐 수 있습니다.
사방으로 영토를 넓히고 백성들에게 이국의 경계가 없게 해야 사시사철 아름다움이 충만하고 복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진나라는 백성을 내쳐 적국을 이롭게 하고 빈객을 몰아내 다른 제후에게 공을 세우게 하고 있으며 천하 인재들의 발을 묶어 진나라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는 이른바 ‘적에게 병사를 빌려주고 도적에게 양식을 내주는 형국’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대저 진나라에서 생산되지 않는 물건들 중에서 귀한 보배가 많듯이 진나라에서 태어나지 않은 인재들 중에도 진나라에 충성하고자 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지금 빈객들을 축출하는 것은 적국을 이롭게 하는 것이고, 타국의 백성을 떼어 내는 것은 적국에게 힘을 보태 주는 것입니다. 결국 나라 안은 텅 비어 허해지고, 나라 밖은 진나라에 대한 원성과 불만으로 들끓게 됩니다.
그때가 되어 부랴부랴 난국을 극복하고 나라를 구하고자 하면 이미 손을 쓸 수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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